202409 도서관 일기 – 차 마시는 나와 도서관의 풍경

도서관은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기 좋은 곳이 아니다. 도서관의 기본 기능은 책을 읽는 데 있으니까. 그리고 책은 기본적으로 잉크와 나무 향으로 차 있어 다른 향이 섞이면 악취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식당을 운영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곳이다.

이전에, 이 근처에 살았던 형님이 내가 빌린 작업실에 들렀다. 형님은 차를 마시면서 옛 완산도서관 지하에 식당이 있었고 밥 먹고 난 이후에 예쁜 여자애들 있나 두리번거렸다고 한다. 우와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하고 끄덕였다. 형님이 돌아가고 난 뒤 나는 1층에서 도서관에서 커피/음료와 김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곤, 갑자기 먹고 마시는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

(도서관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나서 보니) 전주시를 포함, 한국과 일본, 영국, 독일의 도서관에는 카페 기능을 도입한 도서관들을 시범 삼아 운영하고 있는데, 전주시야말로 효시가 될 만하다. 송천, 꽃심, 평화도서관은 장애인들이 직원으로 일하는 ‘아이갓에브리띵’ 카페를 운영하는데, 생각보다 음료 맛도 좋을뿐더러 쉼터로 있기도 좋다. 책 한 권과 차 한잔은 꽤 잘 어울리지 않은가. 물론, 도서관이 수다를 떨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나는 완산도서관 입주 작가이니 완산도서관만 얘기하겠다. 대체로 오전에 도서관이 개관하면, 각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한 10분쯤 지나면 각자 가져온 물통이나 컵으로 정수기를 향한다. 또는 1층 커피자판기를 찾는다. 지난 8월에는 자판기를 전혀 사용을 안 했다. 그러다가 이달 아침에 문득 한번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 자판기로 뽑아 마셨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도심 속 허겁지겁 음료를 내리는 소규모 카페보다 음료를 훨씬 맛있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옆의 이경옥, 최기우, 김근혜 선생님도 동의하신 것을 보면 기계의 커피 내리는 솜씨가 많이 발전했다. 거기다 가격도 싸다. 2024년 상반기는 고물가로 얼룩졌는데 2천 원 커피가 남아있는 건, 아스팔트 가득한 도로 중앙에 꽃밭을 보는 것만큼 기적이다. 휴일에 보면 간식을 들고 자판기 커피 앞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주 큰 소리만 내지 않으면 아름다운 정경이다.

 

완산도서관에서 걸어서 내려가니 (내 걸음으로) 약 2분이다. 거기서 인근 동완산동이나 서서학동에 있는 카페로 가는 것은 대체로 5분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8월과 9월, 걷고 있자면 옷과 살 사이에 땀이 맺히는 것이 느껴지고, 열풍은 땀을 더 재촉해 카페에 도착하면 탈진해서 의자에 널브러지게 된다. 그렇게 두세 번 나갔다가 포기했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끌고 나가기도 번거로울뿐더러, 주차공간이 부족한 이곳에서 나갔다가 주차 못하고 걸어오는 걸 생각하니, 아이고… 아찔하다. 9월이라도 낮이면 34도까지 치고 오르니 10월에나 카페 산책하러 나갈 것 같다. 덧붙이자면, 내가 갔던 카페의 이름은 디드 꽃동산점(동완산동) / 하임(동완산동) / 광커피 로스터리(서서학동) /잇애니띵(서서학동) / 남부시장 2층 청년몰 내 혜미당이었다.

이렇게 밖에서 커피를 마시고 바람을 쐬면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지난 8월의 각오가 무색하게 “도서관 가봤자 또 글 쓴다고 낑낑거리면서 고민만 하다가 침잠할 것 같은데… 오늘은 땡땡이칠까” 이렇게 중얼거리니, 게으름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게으름과 싸우는 것은 평생 각오를 해야 한다.

결국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그리고 돈도 좀 절약하고자) 내 작업실에서 차를 내린다. 이전에 선물 받거나 사 놓은 홍차와 우롱차, 보이차를 놓고 마신다. 이전 글에는 도서관에 오자마자 문을 열고 어슬렁거린다고 썼는데, 요즘은 문을 열고 주전자에 물부터 채운다. 부엌에서 물 담기는 소리를 들으면 잠이 서서히 깨는 기분이다.

물론 커피도 있지만… 난감하고 기쁜 상황을 마주했다. 나는 예전에 카페에서 오래 알바를 했는데 그때 알게 된 형과 누나들이 지금 카페를 한다. 이분들이 지난달에 작업실에 놀러와 축하한다고 원두를 한가득 줬다. 원두가 적으면 괜찮지만 이렇게 많을 때는 차보다 보관이 까다롭다. 분쇄된 커피의 향은 금방 사라지고,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하루가 엉망이 된다.

그래서 지난달과 이달 아침과 점심께 작가님들을 만나면 커피·차를 나눠 마셨다. 처음에는 드립커피만 마시다가 우유와 설탕도 넣게 되었다. 가장 맛있게 마시는 커피의 맛도 알게 되었다; 수 다 떨며 마시는 음료가 가장 맛있고 편안하다. 수다라고 해봤자 보통은 작품 얘기인데, 8월에는 “왜 이렇게 안 써질까요”가 가장 많았다. 창작 고민의 결은 누구나 비슷한가 보다. 요즘은 “쓸 것은 정해졌는데 진도가 안 나가네요”라고 한다. 이래저래 다들 흔들리면서 전진하고 있다.

어쩌다 오후에도 작업실에(주로 토요일) 불이 켜진 작가님 방을 찾아 커피 또는 차 한잔 대접하고 싶다고 부르기도 하는데, 보통은 옆 방의 이동한 형님만 부르게 된다. 형님은 입맛이 높아 매번 만들 때마다 슬쩍 긴장되는데, 다행히 차건 커피건 잘 드셔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아침은 다소 더웠지만 완산칠봉으로 머그컵을 들고 나갔다. 여름의 열기 사이로 가을의 서늘함이 줄기와 잎으로 번지는 것을 보며 우롱차 한 모금을 넘겼다. 이곳은 이전에 사형터였고, 왕실의 산림이었으며, 한국전쟁의 방어기지기도 했고, 지금은 도서관이 되었다. 나는 작은 종이컵에 차를 담아 벤치에 올리고 작은 차례(茶禮)를 올렸다. 한때 이곳에 있었던, 그리고 이곳에 오고 가고 머무는 이들이 평안하기를.

 

202408 도서관 일기- 완산도서관으로 오가는 길.

2024 08 완산도서관 입주작가 글세 기록.

 

완산도서관 개관일이 7월 29일이고, 이 글을 쓰는 날이 8월 12일이니 얼추 2주가 지났다. 이전에 아침에 일어나던 때를 보면 이불 속에서 게으른 곰처럼 어기적거리다가 겨우겨우 입주작가가 된 이후 막연한 의무감에 일어난다. 아침에 짐을 싸는 것이 젬병이기에(꼭 필요한 건 집에 두고 오는 버릇이란!) 저녁에 짐을 싸고 도시락을 준비한다. 내가 학교에 다닐 적에도 이렇게 부지런히 다닌 적은 없었다.

완산도서관이 그렇게 좋으냐? 라고 내 친구가 물었다. (도서관에 일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아직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리모델링 된 완산도서관은 화사하나 오고 가는 길은 지난하다. 나는 전주의 북쪽인 동산동에 산다. 길이 안 막혀야 차로 가는 데 36분, 버스로는 44분이 걸린다. 길이 막히면 10분씩 더 걸린다. 버스와 도보를 보면, 쏟아붓는 여름 햇살을 받으며, 경사가 최소 50도가 넘는 언덕길을 10분 정도 걷는다. 올라오면 땀으로 샤워한 모습이다.

운전은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전주시는 지난 30년간 대중교통은 열악해지고 사람들의 자동차 소유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7시 40분부터 조짐을 드러내는 차량정체는 8시 10분이 넘으면 해일이 된다. 생각을 바꿔 저녁에 온 적도 있는데, 웬걸, 퇴근 차량들이 썰물처럼 닥쳐온다. 겨우겨우 도서관 입구 쪽에 다다르면 대환장 불법 주정차들과 무단횡단을 일삼는 어르신들이 반겨준다. 심지어 도서관에 나갈 때마다 불법 주정차가 반갑게 반겨준다. 운전하는 3주 내내 접촉 사고가 날 뻔했다. 친구야 들었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니까.

 

완산도서관에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진다. 아침과 저녁의 도서관 유리 정문을 살펴보면 허연 김이 서려있다. 밖의 습도는 최소 75도 이상, 안의 습도는 50도 안팎이니 온도 차이가 그만큼 큰 것이다. 문을 지나 제공된 방에 오면 뜨겁게 달궈진 습기가 닥쳐온다. 재빨리 문을 열고 에어컨을 제습에 맞춘다. 창문을 열 수도 없는 것이 애초에 통창이라 열 방법이 없다. 별수 없이 2층과 3층을 어슬렁거리다 10분쯤 후 방 안에 들어와 컴퓨터를 켠다.

 

습기가 가시고 나면 도서관 내부가 새롭게 보인다. 8시 50분께부터 자리에 앉아 신문을 읽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 도서관 폐관을 준비하는 사서들의 바쁜 발걸음을 보면서도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이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느낀다. 적막한 도서의 사원이 아닌 사람들의 조용한 마당이 되어감을 느낀다.

 

재개관 후 가끔 아이들이 (특히 주말에) 내 방문에 붙어서 방을 살핀다. 내 방은 특별한 것은 없고 다만 찻잔과 주전자가 몇 개 있는데, 그것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신기할 것이다. 가끔 작은 얼굴을 보면 손을 열심히 흔들어준다. 대체로 그냥 떠나지만, 같이 손을 흔드는 아이도 있다. 저 아이 중에 훗날 작가를 꿈꾸는 아이가 완산도서관에서 글을 쓸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글이 안 써지면 2층과 1층에서 사람들을 본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많고 주중에는 어른들이 많다. 이들이 책을 찾는 모습, 책장에서 책을 꺼내 페이지를 넘기는 모습, 의자 소리를 크게 내어 당혹한 모습, 천천히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모습, 깔깔대며 뛰어다니는 아이와 말리려는 부모님의 모습…… 나는 도서관으로 온 사람들이 재개관된 완산도서관의 책엽(冊葉)이 됨을 믿는다.

글이 잘 되지만 어깨가 무겁고 공기가 답답할 때면 창문으로 몸을 돌린다. 완산도서관의 장점은 창밖의 풍경이 좋다는 것이다. 도서관 내부에 미술관이 있지만, 도서관이 액자가 되어 전주라는 캔버스를 펼치는 느낌이다. 이번 8월의 캔버스는 여름날의 더위와 소나기, 이삼중 주차와 고요한 주차장, 거대한 나방들의 불빛 앓이와 오목눈이의 지저귐을 번갈아 볼 수 있다. 나는 이 일상의 나날들이 완산도서관을 책 빌리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의 정체성이 된다고 생각한다.

 

경사가 높은 길을 따라 차로 덜컹거리며 내려가면서 차에 달린 뒷거울을 힐끔거린다. 완산도서관의 풍경은 멀어지고, 전주천을 넘어 도심 안으로 들어가면 도서관은 언덕의 하얀 빛으로 반짝인다. 나는 남은 2주를 (더위와 불법주행이 따라올지라도) 이 빛 속으로 오갈 것이고, 그때마다 도서관에 어떤 이야기가 채워질지 기대할 것이다.

——

https://maps.app.goo.gl/xR4ayVReiuXbNbMo6

p.s. 이 글은 티스토리, 브런치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왜 워드프레스냐고 물으신다면…

 

왜 워드프레스를 선택했는가?

간단한 것과 어려운 얘기 중에서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면, 세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빠르게.

첫 번째,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검색의 비중이 꺾이기 시작했다.

꺾였다는 말은 내 주관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빈도의 수와 검색량이, 이제난 한국에서도 구글이 더욱 앞서나간다. 그간 네이버가 ‘선방’했다고는 말해도,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닌 듯 하다.  특히 네이버가 구글에 검색을 제한한 것이 큰 악수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내수시장에서는 충분했지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네이버의 유입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 내가 일하는 직장만 해도 ‘구글로 검색했어?’라는 말이 흔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네이버 검색이 일상화였는데 말이다. 물론 네이버는 계속해서 점유율을 이끌려고 노력할 것이다.

 

두 번째, AI 검색에서 구글 기반 자료들이 꽤나 정확하다.

리뷰 등에서 네이버의 리뷰는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어림도 없지- 구글의 제미니(현재 한국어 정식명칭은 ‘제미나이’라고 표현하지만, 여긴 내 블로그이므로 제미니라고 쓴다)의 검색량이  빠른속도로 증가한다. 구글에서 티스토리와 워드프레스 검색량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게시글들이 chatgpt, gemini, claude에 잡힐 때, 네이버 블로그의 검색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변화가 뚜렷해진다.

wordpress 워드프레스네이버블로그, 티스토리, 브런치스토리…. 다양한 블로그 서비스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러나 내가 스스로 만드는 계열의 블로그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거기다 Medium과 브런치스토리의 비슷함을 보고 (아아, 그렇다. 브런치스토리가 독창적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워드프레스와 Medium의 비슷함을 보고, 조금이라도 내 스스로 만드는 방식을 찾고자 했다.

 

그리하여 아직 미숙할지라도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솔직히 여전히 불편하고 정이 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내가 내 홈페이지를 운영해서 글을 쓴다는 장점은 여전히 기쁜 일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p.s. 이 글은 추후 티스토리 등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My First Telegram ; What I will say to… (Kor, Eng)

안녕하세요, 여러분 :3

저는 릿캣입니다. :3 전주시에 살고 있어요.

아마도 전주시에 대해서는 거의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실, 전주시가 유명해졌다기보다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서울, 부산, 경주가 먼저 주목을 받고, 그다음에야 전주시도 알려지게 되었죠.

워드프레스를 예로 들자면, 처음에는 코어만 있던 것이 테마와 플러그인으로 점점 확장되듯, 저도 이제 나만의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보려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워드프레스를 만들면서, 한 가지 생각을 했어요.
“세상이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면, 이제 내가 그 첫 번째 전보가 되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코딩을 배운 세대가 아니고, 명령어는 하나도 모르며, 수학은 정말 자신 없고, 컴퓨터는 주로 게임할 때만 썼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앞으로 자주 뵈어요, 여러분. 🙂

Hello, World. :3

This is Littcat :3 who living in Jeonju City.
You’ve probably never heard of Jeonju City—and I totally understand.

To be honest, Jeonju didn’t become famous on its own. As Korea gained attention around the world, cities like Seoul, Busan, and Gyeongju came into the spotlight… and only then did Jeonju get noticed too.

It’s kind of like WordPress. It starts with a core, then grows with themes and plugins. That’s how I’m thinking about this blog too—my own little expansion pack for the world.

When I decided to start this WordPress blog, I made up my mind about one thing:
“If the world needs more information, I’ll be the first telegram.”

Of course, it hasn’t been easy.
I’m not from the generation that learned coding. I know nothing about command lines, I’m awful at math, and I mostly used computers to play games.

And yet, the idea of starting something new with all of you here makes me incredibly happy.
Let’s meet often, World.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