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도서관 일기 – 그와 그들의 절박함, 그것을 마주하는 나의 절박함.

 

2024년 12월 3일부터 7일까지 내가 남긴 기록

 

12월 3일에 아침부터 내가 무엇을 했는지 명확하게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오후 10시 35분에 전화를 받은 것은 기억난다. 질문이 단순하고 강렬해 고막을 슬레지해머로 때리는 기분이었으니까. 평소에 정치에 대해 관심없다고 일축하지만, 술안주로 정치얘기를 좋아하는 내 친구가 그날 이렇게 물었다.

“야, 계엄이 뭐냐?”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때 하던 거.”

“그게 뭐냐고.”

군대로 정부 탈취하고 군사적 비상시국으로 전환하는 거. 근데 왜?”

“그런데 계엄인데?”

“응? 뭐가 계엄이라고?”

“우리나라가.”

언론사에서 일할 때 몇 가지 팁을 알게 됬는데, 우리나라의 아주 긴급한 소식은 주변 국가에서도 빨리 알린다는 것이다. CNN, NHK, CNTV, Fox News, Le Monde… 빨간 색에 Martial Law라고 쓰여 있었다. 황망해서 유투브를 넘겨보니 계엄령 소식이 득달같이 화면을 채웠다.

사람 생각하는 것은 다 비슷한 모양인지 몇 개의 오픈채팅방에서 계엄령 뉴스 링크들이 복사됐다. 그러다 버스가 여의도를 막은 모습, 장갑차가 달리는 모습 등의 사진이 올라왔다. 머릿속에 여러 잡생각이 싹 사라졌다.

계엄령에 따른 통행금지 내용을 읽는 순간 슬레지해머가 뇌를 강타하는 기분이었다. 7080년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보던 통금을 2024년에 한다고? 통금을 어떻게 한다는 거지? 무엇보다 무슨 권리로 통금을 한다고? 대통령이 말한 종북세력이 왜 국회에 있어?

아는 형들이 유투브 링크를 보냈다. 유명한 시사평론 유튜버들이 국회 앞에서 방송을 켜고 있었다. 주진우기자는 고민정 의원, 이후 한동훈 당대표에게 질문했고 그들의 표정은 긴장감을 담고 있었다. 그 이후는 우리가 알다시피 국회에서 190명의 국회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윤 대통령의 그후 행적에 대해서 많은 언론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7일 오전 10시,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고 이 글을 쓰는 오늘은 7일이다. 계엄령 발효만큼 모호하고 불명확한 말들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나는 티비를 끄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며 타자기를 잡았다.

 

나는 오래 살지 못해서 정치권의 흐름에 대해 거시적으로 촌평을 할 수 없다. 다만 청소년기 시절부터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는 단어는 ‘무능’ 이었다. 이 단어는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등을 오가며 여야와 각종 단체들의 빌미가 됐다.  앞으로도 자주 쓰일 이 구호가 12월 3일 저녁부터 7일, 그리고 이번 정부의 남은 임기까지 체감이 됐다. 2024년에 집권 3년자인 대통령은 말 그대로 능력이 없었다. 책임을 진다면서 책임을 질 능력도 없었다. 말은 그럴싸했다. 그와 정치인들이 입을 열어 붙이는 책임, 엄중, 인지 등의 단어는 기존의 말을 줄이고 덮어씌우며 까불었다. 오해와 곡해들로 진정성을 못 알아본다는 그 말들에는 입증할 능력이 없었다.

그리고 책임은 대체로 아랫사람들과 평범한 사람들, 사건의 피해자들이 짊어졌다. 대통령, 총리, 장관들의 언사는 화려했고 사진이 많이 나왔지만 밑의 과장, 주무관, 시민들에게 들려오는 것은 대체로 이런 뉘앙스였다. “그래서 어쩌라고, 꼬우면 이 자리까지 올라서 네가 직접 해 보던가. 여기가 얼마나 힘든데. 야, 싫으면 떠나. 너 말고도 채울 사람 많아.”

 

국민들은 윗분들의 화려한 언사와 빛나는 비전, 논리적인 정책들이 제대로 시행하지 못함을 온 몸으로 느낀다. 국회를 무력으로 탈취하려는 저 움직임 이후에 국민의힘 정당은 “다음 정권을 야당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저들이 섬기는 것은 국민이 아닌 그들의 권력임을 명확하게 확인했다. 이 권력이 있어야 헛된 말과 그럴싸한 정책들을 핑계로 세금을 쓰고 인사권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그들의 정치공학적 방정식을 보는 동안에 그들은 살아있는 동안에 바뀌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며 희망을 버렸다. 사람은 고쳐질 수 있는데 자신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은 고쳐지지 못하고, 저들에게는 깨달음의 시간이 없어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2차 계엄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할 때, 나는 그가 “2차 계엄을 형식적으로 넘기고 3차 4차는 다시 할 수 있어”라고 읽혔다. 국민을 향한 담화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첫번째. 12월 4일 “국정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라는 탄핵의 명분은, “국회통보 미준수, 국회 점령 시도, 중앙선관위 장악 등” 행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절박함”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업무의 절박함이 헌법을 무시하고 군 권력으로 국회를 탈취하는 것에 정당성이 있는가? 검찰총장까지 맡았던 대통령의 법률적 지식이 집권 3년만에 증발하셨는가?

두번째,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국회 출범 이후 22건 정부 관료 탄핵 소추, 모든 주요예산 삭감, 대한민국을 마약천국 민생 치안 공황상태, 민주당의 예산폭거”를 언급하면서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격에 척결하고 자유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다”라는 명목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근데 누가 탄핵소추 거부권을 20건 이상 발효했던가? 대통령은 그럼 국회의 표결 없이 예산을 짤 권한이 있는가?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이 있다면 국정원이 찾아야지, 왜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에 탄핵 담화에서 말한 ‘일격에 척결’하고 싶어하는가? 이 탄핵은 누구에게 이득인가?

 

덕지덕지 붙은 이유들은 항상 그렇듯이 글로는 그럴듯하지만, 윤 대통령의 주장은 대통령의 업무적 해석이라기보다, 윤석열 개인의 논리에 가깝다. 개인과 직무의 의견이 섞이고 살이 붙으며 헛깨비가 되어가는 주장이다. 일반 시민들은 그러한 주장을 몸에 붙인 사람의 행동에 ‘어거지’라는 말을 붙인다.

대통령의 어거지에 3일 밤 9시께 국무위원들은 불려나갔고, 반대하는 몇몇 위원의 말에 대통령이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말했다는데(매일경제 뉴스, 2024년 12월 4일), 7일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책임은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 라고 했다. 잘못은 대통령이 저지르고 책임은 대통령이 있는 국민의힘 당이 맡는다. 이 놀라운 어거지에 지난 나흘 내내 두통이 머리를 찔렀고 한동안 계속 찌를 것 같다.

 

이 밖에도 논리적 취약성이 뚜렷이 드러나고, 주어와 술어의 모호함이 소주에 물 탄듯 뚜렷한 구별이 없음을 지적하자면 종이 10장은 더 쓸 것 같은데 쓴다고 해서 저들이 태도를 돌릴 것 같지 않아 줄인다.

짧게 말해 대통령이 책임지는 모습이 없으니 여당이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질 지 궁금하다. 대통령은 절박하고, 여당은 여당대로 절박함을 주장한데, 저들은 저들의 절박함으로 야당을 종북세력, 국민들은 쉽게 호도되는 대중으로 보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절박하다. 내 절박함으로 저들의 절박한 행동을 향해 외치고 싶다. “나가!”

 

무능한 대통령, 책임과 향후 임기를 남에게 의탁한 대통령, 권리와 이득은 챙기고 책임은 안 지려는 정계, 재계, 행정계의 모습을 보는 것은 분노보다 절망이 느껴진다. 인터넷에서 한반도 대신 ‘지옥불반도’라는 말이 남발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이 반도가 지옥불임을 2024년 끝에 다시 깨닫는다. 이 반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남은 시간들은 지리멸렬하고 슬프며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데, 지금 살아서 이 글을 쓰는 것도 슬프다.

 

p.s. 2024년 12월 7일 탄핵 결과가 어찌 되든 이 글을 8일에 올리려고 마음먹었다. 8일 새벽 01시10분에 첨언을 더한다. 이날 300여명의 의원들 중 195명이 재석했으며, 여당에서는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이 표결에 참여했다. 안철수 의원은 찬성 의견을, 김상욱 의원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날 17시 48분에 시작한 1차 탄핵소추는 21시 27분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에 국회를 대표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탄핵소추 불성립 이후 12월 8일 0시까지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202411 도서관 일기 – 과로의 유혹

 

Oladimeji Ajegbile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2696299/

 

“과로가 무슨 유혹을 한단 말이여”?

선배의 말에 나는 평소에 잘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휘휘 저었다. 과로가 유혹을 할 일은 없다. 누가 과로를 좋아한단 말인가. 나는 그냥 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배가 떠드는 말들이 들리지 않는다. 쌓여진 일의 리스트를 대충 헤아려보니 오늘 밤에 잠을 잘 수 있을까 싶었다.

일을 몰아서 할 때 가장 큰 기쁨은 아드레날린이다. 이 폭발력은 갑작스럽게 내 창의성을 말 그대로 ‘폭발’시킨다. 열흘 동안 못 자고 고민하다가 갑자기 눈이 내리는 것을 보자, 무언가 머릿속에서 “뚝” 끊기면서 미친듯이 글이 써졌다. 그날 내가 쓴 소설은 5시간동안 6개 이야기를 썼는데, 평소에 일기 쓰듯이 쓴 글 보다 훨씬 나았다.

내가 하는 일인 편집 일도 몰아서 하면 이전에 설렁설렁 하던 때보다 퀄리티가 더 좋고, 게임도 진득하게 7시간 정도 몰아서 하면 최고등급까지 간다. 아, 물론 다른 것도 있다. 예를 들어서 마라톤(요즘 조깅을 못 뛰고 있다)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이번에 내 과로는 독립출판 교실이었다. 주제와 쓸 것을 알음알음 찾고 계획을 수정하다가 도서관 공고를 보고 “이크!” 머릿속에 괘종과 거대한 종들이 단체로 울렸다. 시간은 짧고, 11월 업무 일정은 쌓여 있고, 거기다 개인적으로 약속한 것들도 널려 있는데, 이걸 다 어쩌지?

어쩌긴 어째! 해야지!

과로의 유혹에 빠지면 가장 먼저 잠을 줄인다. 7시간 자던 것을 6시간으로 줄인다. 늦게 일어나면 그만큼 늦게 잠든다. 도서관들은 대체로 9시에 문을 여니까 8시 30분 안짝으로 나가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고, 몇몇 작은도서관(10시에 문을 여는 곳도 있다)을 제외하면 12개의 전주시 도서관과 9개의 시립 작은도서관, 도청과 도교육청, 대학의 도서관들을 섭렵했다.

 

그리고 해일처럼 수위를 높이는 글쓰기의 고통.

낮에 미친듯이 돌아다니고, 저녁에 완산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있자면 – 멍 하다. 그리고 나는 글이 풀리지 않으면 심각하게 성격이 나빠진다. 원래도 좋은 성격이라고는 못하지만, 단순히 누군가 걷는 소리나 모니터의 팝업창,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까지 다 듣기 싫다. 마음을 좀 달래야겠어. 불법승. 주님의 기도, 아슈하두 안라 인샬라, 궁궁을을…. 아, 다 소용없다. 이놈의 과로가 문제인 것을 안다. 그러니까 문제의 근본 원인을 알면서 외부에서 드러나는 증상만 닦아내려 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은 계속 흐른다. 어찌한단 말인가, 어찌하면 이 글을 다 쓴단 말인가.

 

결국 마지막 날은 공치고 멍하니 덕진공원에 앉아 있었다. 쓸 이야기야 많다. 이미 쓰기도 했다. 2주간 70여페이지를 꾸역꾸역 채웠다. 그런데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이대로 해도 된다. 사실 분량이 조금 아깝긴 하다. 아깝긴 하다, 그런데 괘종이 다시 뇌를 친다. 다 지워야 해, 이건 내가 쓰고 싶은 것이 아니야, 다 지워야해. 그래서 다 지웠다. 뇌도 나도 백지상태다. 그냥 독립출판 포기해버릴까. 포기해도 되지 않은가. 아, 덕진공원 멀리서 안선생님(슬램덩크)이 보이는 것 같다.

“포기하면 편해… 하지마….”

아 잠깐, 그건 원본 만화 대사가 아닌데… 그리고

 

포기하면 안 편해!

나무를 향해 소리없이 욕을 한바탕 쏟아내고 있으니 아주머니 둘이 나를 피해 돌아간다. 그게 무슨 상관이랴. 찻집에 가서 차를 좀 사고 물을 한번에 3리터를 끓였다. 차를 3리터 끓이는 동안에 생각했다. 까무라칠때까지 써보자.

일단 아무 말이나 쓰고, 멈춘다. 아무말이나 쓰고, 멈춘다. 아무 말이나 쓰고….. 유화에서 나무 먼저 그리고, 하늘 쓱슥 그리다가 잠시 멈추고 다시 풀을 그리다가, 위에 다람쥐를 덮는다… 이렇게 말하면 내 글쓰기가 밥 아저씨의 훌륭한 회화실력 (어때요, 글쓰기 참 쉽죠?) 같지만, 실상은 이렇다. 서문 쓰고, 아무 도서관 이야기나 쓰고, 이번에는 마지막 결론, 다시 아무 도서관 이야기, 그리고 다시 새고…. 3리터의 차가 다 비워졌을 때가 저녁 11시 10분, 물3리터를 더 끓이고 다시 글을 쓴다. 차를 끓인다, 다시 쓴다. 잠을 잠깐 잔다. 1시간만에 깨서 다시 쓴다. 찻물이 쓰다. 물을 좀더 넣고…. 다시 글을 쓰다 잠들었다. 시계를 안 맞췄는데도 40분만 자고 일어났다. 눈알의 세포 하나하나마다 칼날을 꽂은 것 같다. 어쩌라고, 그러면 눈이 먼 채로 살면 되잖아. 다시 쓰고, 불필요한 문장을 지우고…

 

손가락을 못 움직이겠어. 눈을 뜨지 못하겠어.

그러면 입을 쓰면 되지!

핸드폰의 녹음기를 켜고 문자 변환을 활성화 시킨 다음에 중얼거렸다. “완산도서관에 대해 가장 많이 쓸 것임을 알려둔다. 이는 완산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잠깐만, 사실 전북대 도서관에서도 시간을 많이 보내긴 했는데… 문장 수정한다, 이 부분부터… 올해 완산도서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이런 식으로 중얼거린다. 아침 해가 떠오른다. 눈을 감고 중얼중얼 한 다음에 변환 버튼을 누르고, 급히 샤워를 한다. 대략 A4용지 절반이 완성됐다. 자동차에 올라타서 또 지껄인다. “그러므로 도서관의 예산을 늘리고 도서들을 두 배 이상 확충해야….”

이런 식으로 22시간동안 하룻밤 만에 81장 정도를 써내렸다. 써내린 후에 다시 깎아내니 71장. 과로가 만들어 낸 기적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다시 출간된 책을 보니 영 엉망이다. 급하게 내용을 채우긴 했는데 중언부언이 너무 많다. 오타도 많지만 비문도 드러난다. 내용은 알겠는데 논리가 엉망진창이다. 설계도 없이 겉면만 그럴싸하게 지은 건물 같다. 책을 덮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과로가 날 유혹했어. 그리고 유혹에 넘어갔어.

과로하면 성과는 나오지. 어쨌든 뭐가 되긴 하지.

그런데 왜 만족을 못할까?

왜긴 왜야, 쫒겨서 그렇지. 스스로를 속이고, 생각을 늘어놓고, 양을 채웠지.

조금씩, 꾸준히 쓰는 것이 더 바른데

스스로를 속이고, 스스로를 괴롭혀, 스스로 망친 것이지.

 

그리고 이 글도 (밥 먹고 사는 업무의)과로에 쫒겨서 오늘에야 완성했다. 11월 1일부터 조금씩 쓰다 말다 했는데 20일께에 몰아서 쓰는 이 고백은 편하지만, 언젠가 내가 다시 읽으면 스스로를 향해 이렇게 타박할 것이다.

 

과로가 또 날 유혹했어.

이제는 안 넘어가야하는데,

습관이란 참 지독하구나.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나여.

202410 도서관 일기 – 애증의 땅콩버터 샌드위치

 

지난달 글에서 말했다시피,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책을 읽고 빌리는 곳이다. 그러니 주방이 있다 한들 대단치 않다. 현재 완산도서관은 3층의 작업실마다 입주작가들을 위해 주방을 마련해줬다. 시민작가 내부의 주방, 자작서재 내부주방, 공용부엌 세 곳이 있다. 내가 주로 가는 곳은 공용부엌이다.

My breakfast

(모든 도서관이 그렇지만은) 도서관 안에서는 밥 먹기가 쉽지 않았다. 8월을 돌이켜 보니 도시락을 싸긴 했는데 내 요리 실력이 형편없어 안싸간 날이 훨씬 많았다… 결국에 가장 많이 먹은 건 완산도서관 근처 빵집에서 산 식빵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특가로 산 땅콩버터를 빵에 대충 바르고 전자레인지에 1분 돌린다. 손으로 집어 우걱우걱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방충망에 나방들과 잡벌레들이 달라붙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향을 피우는 걸로 점심을 마무리했다. 써놓고 나니 참으로 볼품 없는 식사다.

8월에 한 외식을 세어보려 가계부를 펼치니 (아침식사로는)맥도날드와 남부시장이 눈에 띈다. 주로 먹은 메뉴는 맥모닝, 순대국밥, 콩나물국밥. 세 메뉴 다 먹을만 하지만 급하게 먹게 된다. 맥모닝은 원래 패스트푸드니 그렇다 치더라도, 아침에 도서관 가는 길에 도깨비 시장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보면 새벽은 생각보다 고요하지 않다. 오히려 빠른 속도와 부지런함이 느릿느릿한 내 정신을 일깨운다.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숟가락과 젓가락의 속도, 의자가 당겨지고 빠지는 속도 속에서 식사는 무섭도록 전투적이다.

아침식사를 자주 못 먹은 것은 의 유혹도 있지만, 주차를 하기도 쉽지 않고, 차 빼러 나가는 길은 막막하기 때문이다. 아침 8시시 10분께 밥 먹고 차에 돌아와 시동을 거니 8시 45분, 그리고 9시 5분에 도서관에 도착. 이유는? 새벽부터 좌판을 벌이는 어르신들과 무단주차들 사이로 출근차량들이 잔뜩 오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느닷없이 보행기와 자전거, 카트를 끌고가는 어르신들을 피해 테트리스 블록 사이를 운전하는 기분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나서 불현듯 궁금증이 일어 도서관 정문에서 남부시장 식당으로 다시 걸어보니 9분이 걸렸다. 이 거리를 자동차로 20분 남짓 걸리다니,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다시 올라오는 길 내내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남부시장 아침 외식은 아주 이른 새벽에 와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먹으러 도서관에 아주 일찍 가고 싶지는 않지만.

 

점심은 보통 인근 작업실에 계신 선생님들과 같이 먹을 때가 많다. 선생님들의 음식 솜씨는 정갈함과 단정함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진수성찬을 매번 차린다는 뜻이 아니다. 못난 비유이지만, 객지 생활 하다가 오랫만에 고향 집에서 밥먹는 느낌이다. 나는 선생님들이 주시는 이런 소박하고 따뜻한 밥상에 매번 감사를 느낀다.

하지만 때가 안 맞거나(각자 일정이 있으니) 하면 다시금 식빵을 꺼낸다. 과자 같은 것도 생각했는데, 도통 입맛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도서관 근처에 있는 여러 식당에서 홀로 점심 외식도 몇번 있었지만, 도서관 이야기에서 너무 벗어날 것 같아 하지 않겠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용하는 공용주방은 3개월 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기서 도서관 운영진에 대한 비판을 좀 해야겠다. 개관일(7월 29일)에 본 주방은 말 그대로 황량해서 포크 5개, 컵 6개, 접시 3개. 수저 없는 것은 알겠지만 수세미도 세제도 고무장갑도 없어 황당했다. “아니, 접시와 컵이 있으면 최소한 세제는 줘야지!” 내가 가장 먼저 한 불평이다.(물론 나중에 세제를 받았습니다만)

쓰레기통 역시 통만 덩그러니 있고 봉투는 없어(9월부터 쓰레기봉투를 넣어주었다) 누가 음식물을 버리면 냄새가 지독했다. 게다가 8월 중순에는 창문이 고장나서 닫을 수도 없었다. 점입가경으로, 이전에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지 않아 8월 초에 맺힌 악취가 배어, 습도 높은 날이면 다시금 악취가 올라온다. 이 냄새는 이 글을 올리는 지금도 쉽사리 빠지지 않는다. 내가 냄새에 좀 민감하기도 하지만 여름철에 부엌에 들어가는 작가님들 모두 눈을 찌푸리곤 했다.

어쨌든 7월 30일에 바로 수세미와 고무장갑, 일회용 수저 등을 가져왔다. 공용주방을 이용하는 다른 분들도 조금씩 집에서 여러가지를 가져와 어느새 부엌다운 모습이 되었다. 특히 컵이 많이 늘어났다. 음식물 냄새도 아직 여전하지만 않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좀 나아졌다. 모두가 힘을 합치니 부엌이 복작복작해도 재미지다. 일회용 젓가락과 수저, 밥그릇과 위생봉투, 키친타올, 위생장갑… 이것들을 보고 있으면 부엌 살림 늘어난다는 재미가 이렇구나 싶다.

Morning coffee

이곳엔 전기주전자와 전자레인지밖에 없으므로 불 쓰는 요리는 언감생신이다. 데우기와 물 붓고 기다리기 밖에는 요리를 만들 재간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들 이것저것 가져와 꽤나 풍성하다. 과일을 가져온 분도 계시고 과자를 나누기도 한다. (지난번 글에도 말했지만)나는 점심을 마치면 선생님들께 커피와 차 등을 대접한다. 있는 것 중에서 내리는 것이라 볼품없지만, 그럼에도 다들 맛있게 드셔서 다시금 감사할 따름이다.

 

저녁식사에 대해서는 점심식사와 같다. 땅콩버터와 식빵. 땅콩버터와 식빵. 아주 가끔 컵라면. 애초에 저녁에 많은 작가님들이 있지 않아, 가끔 저녁께 들르면 보통 내 방만 불이 켜져 있는 것이 훵덩그레하다. 그러니 계속 급하게 먹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다. 홀로 요리하며 부엌에서 여는 우아한 식사라…. 그런게 있을 리가 있나.

그러나 가끔 내 옆 작업실의 이동한 소설가님이 남아있으면 함께 야참을 먹을 때도 있다. 나와 이동한 형님 둘 다 먹는 것은 좋아해서 이런 데에 죽이 잘 맞는다. 보통 동한 형님이 미리 주문하고 내가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가져온다. 대체로 김밥이 가장 많았다. 혼자 먹으면 조금 추레하지만, 형하고 분식을 앞에 두고 글쓰기가 왜 안되는지 떠들다 보면 밤의 도서관이 주는 적적함도 맛있어진다.

 

지난 저녁에는 작업실 문을 닫고 오랜만에 술을 마시러 내려갔다. 서서학동에서 전주천을 바라보는 술집들은 제법 비싸다. 그러나 남부시장과 웨딩거리에는 노포와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술집은 가격이 조금 더 싸고 양이 제법 많다. 웨딩거리 근처서 국수를 먹고 전통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술을 천천히 마시면서 노을에 벌겋게 젖은 전주천과 도서관, 건물과 나무들을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밥을 먹고 모니터 앞에서 글을 계속 쓰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희미해지다가도 돋보기처럼 뚜렷해진다. 먹고 전주천을 향해 걷다 보니 어스름 속 완산도서관의 모습이 달빛처럼 은은하고 따뜻하게 보였다. 밖에서 먹는 식사의 즐거움과 별개로, 불현듯 완산도서관에서 홀로 먹는 땅콩버터 샌드위치의 맛이 그리워져서 홀로 웃었다.

 

Library Diary – September 2024: Tea Time and Library Views(Eng)

September 2024 – Wansan Library Writer-in-Residence Notes

“Good To the Last Drop”

Libraries aren’t really the best places for having a meal or a proper cup of tea. The main purpose of a library is for reading books, after all. And books are basically filled with the scent of ink and wood, so when other smells mix in, it can get rather unpleasant. That’s why libraries aren’t quite suitable for running restaurants.

A while back, an older friend who used to live around here dropped by my workspace. Over tea, he told me that the old Wansan Library used to have a restaurant in the basement, and after eating, he’d look around to see if there were any pretty girls about. “Wow, so there was a time like that!” I nodded along. After he left, I watched people eating coffee, drinks, and kimbap on the first floor, and suddenly I felt like writing about food and drink.

(After reading some books about libraries) I found out that libraries in Jeonju, as well as in Korea, Japan, Britain, and Germany, are running cafes as pilot programs – and Jeonju could very well be a pioneer in this. Songcheon, Kkochsim, and Pyeonghwa Libraries run ‘I Got Everything’ cafes where people with disabilities work as staff. The drinks are actually quite good, and it’s a lovely spot for a break. A book and a cup of tea go together rather well, don’t they? Though libraries aren’t exactly the best places for having a chat.

Since I’m a writer-in-residence at Wansan Library, I’ll stick to talking about this place. Generally, when the library opens in the morning, people settle into their spots and after about 10 minutes, they head to the water cooler with their bottles or cups. Or they visit the coffee vending machine on the first floor. Last August, I never used the vending machine at all. But this month, I suddenly fancied a coffee one morning, so I got one from the machine – and it was actually pretty decent! Much better than the drinks from small cafes in the city center that rush through everything. It wasn’t just me either – the other writers nearby, Lee Kyung-ok, Choi Ki-woo, and Kim Geun-hye, all agreed. The machine’s coffee-making skills have really improved. Plus, it’s cheap! The first half of 2024 was marked by high prices, but finding 2,000 won coffee is like spotting a flower garden in the middle of an asphalt road – quite miraculous. On holidays, you can see people having snacks and watching movies in front of the vending machine with their coffee. As long as they’re not too loud, it’s actually a beautiful scene.

It’s about a 2-minute walk down from Wansan Library (at my pace). Getting to cafes in nearby Dongwansan-dong or Seoseohak-dong takes about 5 to 15 minutes. In August and September, when you’re walking, you can feel sweat forming between your clothes and skin. The hot wind makes you sweat even more, so by the time you reach a cafe, you’re absolutely knackered and just collapse into a chair. After going out like that two or three times, I gave up. Taking the car would be a hassle too, and thinking about going out and then having to walk back because there’s nowhere to park in this area with limited parking spaces… Blimey, it’s dizzying to think about. Even in September, temperatures reach 34°C during the day, so I reckon I won’t venture out for cafe walks until October. Just to mention, the cafes I visited were: Did(디드) Flower Garden Branch (Dongwansan-dong), Haim(하임) (Dongwansan-dong), Gwang Coffee Roastery(광커피 로스터리) (Seoseohak-dong), Eat Anything(잇 애니띵) (Seoseohak-dong), and Hyemidang(혜미당) in the Youth Mall on the 2nd floor of Nambu Market.

After having coffee and getting some fresh air outside, you really don’t want to go back to the library. Despite my determination from last August, I found myself muttering, “If I go to the library, I’ll just struggle with writing and worry myself into a funk… shall I skip today?” Laziness is quite frightening, isn’t it? Fighting laziness is something you need to be prepared for your whole life.

It’s My kettle, such a lovely one!

So to avoid temptation (and save a bit of money too), I make tea in my workspace. I drink black tea, oolong tea, and pu-erh tea that I’ve received as gifts or bought. In my previous post, I wrote about opening the door and wandering around when I first arrive at the library, but these days I open the door and fill the kettle with water first. Hearing the sound of water filling in the kitchen feels like slowly waking up.

Of course, I have coffee too… but I’m in a situation that’s both awkward and wonderful. I used to work part-time at a cafe for ages, and the friends I made there now run their own cafes. They visited my workspace last month to congratulate me and brought loads of coffee beans. When you only have a small amount of beans it’s fine, but when you have this much, they’re more troublesome to store than tea. Ground coffee loses its aroma quickly, and if you drink too much coffee, your whole day goes to pieces.

So last month and this month, when I meet the other writers in the morning and at lunch, we share coffee and tea. At first, we only drank drip coffee, but then we started adding milk and sugar too. I’ve learned what the most delicious coffee tastes like: drinks shared while having a good chat are the most delicious and comforting. When I say chat, it’s usually about our work. In August, “Why can’t I write anything?” was the most common topic. I suppose creative struggles are similar for everyone. These days it’s more like “I know what I want to write, but I’m not making progress.” Either way, we’re all moving forward while wobbling about.

Sometimes in the afternoon (mainly on Saturdays), when I see another writer’s room lit up, I pop over to offer a cup of coffee or tea. Usually, it’s just Lee Dong-han from the room next door who I end up calling. He has quite refined tastes, so I get a bit nervous every time I make something, but thankfully he enjoys both tea and coffee, which I’m grateful for.

This morning, as I write this, it was rather warm, but I went out to Wansan Chilbong Hill with my mug. Watching autumn’s coolness spread through stems and leaves amid summer’s heat, I took a sip of oolong tea. This place was once an execution ground, royal forest land, a defense base during the Korean War, and now it’s become a library. I placed tea in a small paper cup on a bench and held a small tea ceremony (茶禮). For those who were once here, and for those who come and go and stay here – may they all be at peace.


P.S. This post is also published on Tistory and Brunchstory.

Library Diary – August 2024: My Journey to Wansan Library(Eng)

2024 08 완산도서관 입주작가 글세 기록.

 

The room with the view. 🙂

August 2024 – Wansan Library Writer-in-Residence Notes

Wansan Library officially opened on July 29th, and as I write this on August 12th, about two weeks have passed. Looking back at how I used to wake up in the mornings, I’d lazily wiggle around in bed like a sleepy bear. But ever since becoming a writer-in-residence, I get up with this vague sense of duty. Since I’m terrible at packing in the morning (I have this habit of leaving exactly what I need at home!), I pack my bag and prepare my lunch the night before. I don’t think I was ever this diligent when I was in school.

“Is Wansan Library really that great?” my friend asked me. (Sorry to the library staff, but) I can’t quite say yes yet. The renovated Wansan Library is bright and cheerful, but the commute is brutal. I live in Dongsan-dong, in the northern part of Jeonju. When traffic is light, it takes 36 minutes by car and 44 minutes by bus. When traffic is heavy, add another 10 minutes. Taking the bus means walking about 10 minutes up a hill that’s at least a 50-degree incline under the blazing summer sun. By the time I reach the top, I look like I’ve taken a sweat shower.

I thought driving would be easier, but it’s not. Over the past 30 years, Jeonju’s public transportation has gotten worse while car ownership has increased. Traffic congestion starts showing signs around 7:40 AM and becomes a tidal wave after 8:10 AM. I tried going in the evening instead, but guess what? The evening rush hour cars come at you like a receding tide. When I finally reach the library entrance area, I’m greeted by absolutely chaotic illegal parking and elderly folks who jaywalk with abandon. Every single time I go to the library, illegal parking welcomes me like an old friend. In three weeks of driving, I’ve almost had fender-benders countless times. Did you hear that, Mate? It’s definitely not easy.

Once I enter Wansan Library, the air changes completely. Looking at the glass entrance doors in the morning and evening, you can see white condensation fogging them up. The humidity outside is at least 75%, while inside it’s around 50% – that’s quite a temperature difference. When I get to my assigned room, I’m hit with hot, muggy air. I quickly open the door and set the air conditioner to dehumidify. I can’t even open the windows because they’re floor-to-ceiling panels with no way to open them. I have no choice but to wander around the 2nd and 3rd floors for about 10 minutes before coming back to turn on my computer.

Once the humidity clears, the inside of the library reveals itself anew. From around 8:50 AM, I watch people settling into their seats to read newspapers or books, and even as librarians busily prepare for closing time, people quietly turn their pages. Watching these people, I can feel how many truly love this space. I sense this place becoming not a silent temple of books, but a quiet courtyard for people.

Since reopening, children sometimes (especially on weekends) peek into my room through the door. My room doesn’t have anything special – just a few teacups and teapots – but even that must seem fascinating to kids. When I see their little faces, I wave enthusiastically. Most just walk away, but some wave back. I believe that someday, one of those children who dreams of becoming a writer will write their stories here at Wansan Library.

When I can’t write, I go to the 2nd and 1st floors to watch people. Weekends bring lots of children, weekdays bring more adults. I observe them searching for books, pulling books from shelves and flipping through pages, looking flustered when they make too much noise with their chairs, slowly writing something in their notebooks, giggling children running around while their parents try to stop them… I believe that the people who come to the library become the pages (冊葉) of the reopened Wansan Library.

When my writing is going well but my shoulders feel heavy and the air feels stuffy, I turn toward the window. The best thing about Wansan Library is the view outside. There’s an art gallery inside the library, but it feels like the library itself becomes a frame, unfolding the canvas that is Jeonju. This August’s canvas shows summer heat and sudden showers, triple-parked cars and quiet parking lots, giant moths drawn to the lights and the chirping of long-tailed tits, all alternating before my eyes. I think these everyday moments don’t just make Wansan Library a place to borrow books, but become the library’s true identity.

As I rumble down the steep road in my car and glance at the rearview mirror, Wansan Library’s landscape grows distant. When I cross Jeonju Stream and enter downtown, the library sparkles like a white light on the hill. I’ll continue making this journey for the remaining two weeks (even if heat and illegal drivers follow me), and each time I’ll look forward to seeing what new stories will fill the library.


P.S. This post is also published on Tistory and Brunchstory.

https://maps.app.goo.gl/xR4ayVReiuXbNbMo6

 

 

왜 워드프레스냐고 물으신다면…

 

왜 워드프레스를 선택했는가?

간단한 것과 어려운 얘기 중에서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면, 세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빠르게.

첫 번째,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검색의 비중이 꺾이기 시작했다.

꺾였다는 말은 내 주관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빈도의 수와 검색량을 지속해서 살피면, 한국에서도 구글을 주요 검색으로 쓰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간 네이버가 ‘선방’했다고는 말해도,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닌 듯 하다.  특히 네이버가 구글에 검색을 제한한 것이 큰 악수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인터넷 초창기부터 2천년대에 한국의 내수시장에서는 네이버 검색으로 충분했지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네이버의 기반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 내가 일하는 직장만 해도 “구글로 먼저 검색해야지”라는 말이 흔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네이버 검색이 일상화였는데 말이다. 물론 네이버는 계속해서 점유율을 이끌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 노력이 빛을 발하리라 믿지만.

두 번째, AI 검색에서 구글로 검색한 자료들의 신빙성이 높아지고 있다.

리뷰 등에서 네이버의 리뷰는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전 세계로 보면 어림도 없지- 구글의 제미니(현재 한국어 정식명칭은 ‘제미나이’라고 표현하지만, 여긴 내 블로그이므로 제미니라고 쓴다)의 검색량이  빠른속도로 증가한다. 구글에서 티스토리와 워드프레스 검색량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게시글들이 chatgpt, gemini, claude에 잡힐 때, 네이버 블로그의 검색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매일마다 검색해보면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 변화는 뚜렷해지고,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예전 사이월드로 시작해서 네이버블로그, 티스토리, 브런치스토리…. 다양한 블로그 서비스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러니 내가 스스로 만드는 계열의 블로그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거기다 Medium과 브런치스토리의 비슷함을 보고 (아아, 그렇다. 브런치스토리가 독창적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내 스스로 만드는 방식을 찾고자 했다.

 

그리하여 아직 미숙할지라도 이 엉망진창인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솔직히 여전히 불편하고 정이 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내가 내 홈페이지를 운영해서 글을 쓴다는 장점은 여전히 기쁜 일이다.

 

미래의 독자 여러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p.s. 이 글은 추후 제 다른 블로그(티스토리, 브런치) 등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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