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을 가릴 필요 있나? 콩국수 먹으러 여름길을 걷다

 

“전주 사람들은 팥빙수같이 시원하고 달달한 전주식 소바를 먹으며 여름을 난다.”
-from 누들플래닛 vol.5

그릇 안에 담겨진 흑백요리를 떠올린다

살면서 콩국수를 마주했을 때는 8살 남짓이었다. 하얀 콩물에 새까만 메밀면과 오이 몇 개, 그리고 한가득 부어주던 설탕. 어린 나이라서 설탕을 네 숟갈 넣어 어머니가 기겁했던 기억이 난다.(아이들 수저가 아니라 일반적인 쇠수저였다) 그래서 콩국수는 간식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좀 맛이 없으면 설탕을 퍼부으면 되는 맛으로. 대학교 졸업 쯔음에 지금은 사라진 전북대의 한 국수집에서 콩국수를 먹고는 설탕 붓는 것을 멈췄다. 아, 콩에도 자연스러운 단맛이 있구나!그 뒤에도 여러 콩국수를 맛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전라도권의 콩은 상대적으로 단 맛이 적다. 난 농사와 지형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지만, 내가 먹어본 콩 요리(콩국수, 두부)들을 보면, 강원도나 경상북도에서 재배하는 콩 요리에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있다.

거기다 전라도에서 단맛은 수식의 기본값에 가깝다. 콩국수건 팥죽이건(팥 자체가 맛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라도에에서는 일단 설탕을 건네준다. 나는 이제 엄연한 반골로 “이모, 설탕 주지 마시요!”라고 외쳐 동행들의 핀잔을 사기도 하지만, 여전히 설탕맛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그건 그렇고, 콩국수에 설탕 얘기를 하러 이렇게 서두를 풀은 것이 아니올시다. 그것은,

정녕 전주 콩국수는 소바면이 기본값인가?

전주 콩국수의 큰 특징은 메밀면이다. 하얀 콩물에 메밀국수, 타지인들은 이해를 못한다. 아니 왜 소면을 놔두고 메밀면을? 거기다 가끔은 서리태콩으로 검녹색 콩국에 검은 메밀면이다. 색감으로 보면 독극물의 색(녹색과 검은색)이 비슷하다. 으아이 챠! 이거 콩국수 맞죠?
서리태 콩국의 경우 전라도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에 있으니 이건 넘어가자. 서리태콩은 진한 맛을 품고, 백태나 메주콩은 은은한 맛이 있다. 근데 왜 메밀면이란 말인가? 인터넷에서 쓴 것을 보면 ‘전주에는 오래된 소바 맛집이 많고, 소바집에서 콩국수를 겸업하면서 소바에 쓰던 메밀면을 돌려썼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닐테지만, 조금은 다른 생각으로 말하고 싶다.

소바가게에서 지속적으로 무의식을 점유한 것은 아닐까?

이미 메밀면이 여름 국수로 익숙해진 상황에, 일반 소면이 담긴 콩국수가 나오더라도, ‘혹시 소바면 있으면 소바면으로 주시요’라는 요청으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미 소바를 많이 뽑아내서 양도 충분한데다, 소바집에서는 콩물만 확보하면 바로 메뉴를 늘릴 수 있고, 새로운 가게에서도 ‘아, 콩국수에는 소바면이 더 잘팔리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점유율이 늘어난 것일지도. 일례로, 중국집에서 판매하는 콩국수는 중화면을 쓰고, 국수집의 콩국수는 소면을 쓴다. 하지만 전주의 오래된 분식집은(메뉴에서 소바를 판다면) 대체로 소바면이다. 흠, 소바면의 긴 약진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상상을 마치며 7월과 8월에 맛본 콩국수 가게를 몇 곳을 소개해 본다. 대중없이 골랐지만 협찬, 광고 없이 내가 발품팔아 간 곳이다.


전북대학교 정문 쪽의 솔뫼마을은 팥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가 맛있다. 많은 웹 리뷰들이 가을, 겨울, 동지에 여러 소식으로 올라온다. 하지만 여름이면 소바와 콩국수가 자리를 차지한다. 검은콩(서리태콩)을 써서 어둡한 콩국에 어두운 소바면. 요리왕 비룡에 나온 어둠의 국수인가요? 천만에, 한 젓가락 먹으면 알게 된다. 콩국물이 진하고, 감칠맛이 깊다. 이 검은색은 마치 오뜨 쿠뛰르의 기본 패션 중 검은색과 검은색을 절묘하게 배합한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맛의 조화도 깨트리지 않는다.
일행들과 함께 먹는다면 만두를 주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따뜻한 만두 한 입, 그 다음 차가운 콩국수는 매력적인 선택이다. 아, 그리고 기본 물은 보리차가 아니라 결명차자다.


평범한 국수면을 쓰는 식당을 꼽자면 전주 구도심 공구거리-객사 사이의 ‘새참국수’도 좋은 선택이다. 하얀 콩물에 하얀 면, 그리고 정겨운 반찬이 인상적이다. 매운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은 뒤 마시는 콩물은 자극과 침잠을 번갈아가며 여름 더위를 달랜다. 면이 다소 얇은 것도 마음에 든다. 무거운 습도를 가볍게 날려버리는 식감이다. 얇은 면의 청량함을 찾으신다면 한번쯤 들러봐야 할 선택지다.


칼국수면도 콩국수에 훌륭히 어울린다. 전주 남부시장의 동래분식의 콩국수는 일단 양이 크다. 배가 고파서 곱빼기를 시켰는데 후회했다. 다 먹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칼국수의 다소 넓은 면에 콩물이 묻어 맛을 더하고, 콩물의 농도가 짙다. 콩가루와 오이가 같이 어우러지면서 입에 휘감기는 매력도 짙다. 두툼한 칼국수면과 진한 콩국, 시원하면서도 진한 조합이다.


중화면은 콩국수는 어떨까? 전주에서 거리가 꽤 멀지만 완주의 ‘중국성’에서 먹은 콩국수도 격찬할만 하다. 먼저 넓은 중화면에 자작한 콩국물이 부어져있는데 질감이 찐득하다. 국수 하면 국물이 다소 있는 것을 상상하지만, 이 콩국수는 얼은 콩물이 마치 짙은 소스 역할을 한다. 거기다 호박씨에 건포도를 고명으로 먹으니 중화국수가 아니라 동양식 파스타에 콩국물 소스를 먹는 듯하다. 무엇보다 콩 자체의 단맛이 깊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토록 여러 콩국수를 먹으면서 느낀 점은 “역시 여름에만 먹을 수 있어서” 특별한 것이 아닐런지. 생각해보면 냉면과 소바는 겨울에도 먹을 수 있지만 콩국수는 여름 외에는 잘 팔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니 남은 9월까지 콩국수로 점심을 해결할까, 입맛을 다셔본다.

가게 정보

솔뫼마을
주소: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매봉로 49 (금암동 1587-102)
영업시간: 10:00 ~ 20:00
전화: 063-275-8661
주요메뉴: 검은콩국수 10,000원, 새알팥죽 10,000원, 팥칼국수 9,000원, 바지락칼국수 9,000원, 보리밥 7,000원
구글지도 : https://maps.app.goo.gl/MxbzLFcYeYPNEixMA

새참국수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4길 100 (고사동 257-5)
영업시간: 11:00 ~ 20:00 (브레이크 타임 15:30~17:00, 라스트오더 19:50)
전화: 0507-1334-6188
주요메뉴: 국수 6,000원, 비빔국수 7,000원, 왕만두(4개) 5,000원
구글지도 : https://maps.app.goo.gl/Fo9d4kTzrchMrAmr9

동래분식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39 (전동3가 2-240)
영업시간: 07:00 ~ 19:00
전화: 063-288-4607
주요메뉴: 콩국수 7,000원 새알팥죽 7,000원, 팥칼국수 6,000원, 손수제비 5,000원
구글지도: https://maps.app.goo.gl/v1LUCT6yA43gDNz37

중국성
주소: 전북 완주군 동상면 동상로 696-31
영업시간: 11:00 ~ 21:00 (월요일 정기 휴무)
전화: 063-246-1208
주요메뉴: 짜장면 6,000원, 볶음밥 8,000원, 모듬해물짬뽕 15,000원, 탕수육(소) 18,000원, 콩국수 9,000원
구글지도: https://maps.app.goo.gl/bhGLbPnxLzoAckdB9

 

이 글은 2025년 7월과 8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2411 도서관 일기 – 과로의 유혹

 

Oladimeji Ajegbile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2696299/

 

“과로가 무슨 유혹을 한단 말이여”?

선배의 말에 나는 평소에 잘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휘휘 저었다. 과로가 유혹을 할 일은 없다. 누가 과로를 좋아한단 말인가. 나는 그냥 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배가 떠드는 말들이 들리지 않는다. 쌓여진 일의 리스트를 대충 헤아려보니 오늘 밤에 잠을 잘 수 있을까 싶었다.

일을 몰아서 할 때 가장 큰 기쁨은 아드레날린이다. 이 폭발력은 갑작스럽게 내 창의성을 말 그대로 ‘폭발’시킨다. 열흘 동안 못 자고 고민하다가 갑자기 눈이 내리는 것을 보자, 무언가 머릿속에서 “뚝” 끊기면서 미친듯이 글이 써졌다. 그날 내가 쓴 소설은 5시간동안 6개 이야기를 썼는데, 평소에 일기 쓰듯이 쓴 글 보다 훨씬 나았다.

내가 하는 일인 편집 일도 몰아서 하면 이전에 설렁설렁 하던 때보다 퀄리티가 더 좋고, 게임도 진득하게 7시간 정도 몰아서 하면 최고등급까지 간다. 아, 물론 다른 것도 있다. 예를 들어서 마라톤(요즘 조깅을 못 뛰고 있다)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이번에 내 과로는 독립출판 교실이었다. 주제와 쓸 것을 알음알음 찾고 계획을 수정하다가 도서관 공고를 보고 “이크!” 머릿속에 괘종과 거대한 종들이 단체로 울렸다. 시간은 짧고, 11월 업무 일정은 쌓여 있고, 거기다 개인적으로 약속한 것들도 널려 있는데, 이걸 다 어쩌지?

어쩌긴 어째! 해야지!

과로의 유혹에 빠지면 가장 먼저 잠을 줄인다. 7시간 자던 것을 6시간으로 줄인다. 늦게 일어나면 그만큼 늦게 잠든다. 도서관들은 대체로 9시에 문을 여니까 8시 30분 안짝으로 나가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고, 몇몇 작은도서관(10시에 문을 여는 곳도 있다)을 제외하면 12개의 전주시 도서관과 9개의 시립 작은도서관, 도청과 도교육청, 대학의 도서관들을 섭렵했다.

 

그리고 해일처럼 수위를 높이는 글쓰기의 고통.

낮에 미친듯이 돌아다니고, 저녁에 완산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있자면 – 멍 하다. 그리고 나는 글이 풀리지 않으면 심각하게 성격이 나빠진다. 원래도 좋은 성격이라고는 못하지만, 단순히 누군가 걷는 소리나 모니터의 팝업창,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까지 다 듣기 싫다. 마음을 좀 달래야겠어. 불법승. 주님의 기도, 아슈하두 안라 인샬라, 궁궁을을…. 아, 다 소용없다. 이놈의 과로가 문제인 것을 안다. 그러니까 문제의 근본 원인을 알면서 외부에서 드러나는 증상만 닦아내려 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은 계속 흐른다. 어찌한단 말인가, 어찌하면 이 글을 다 쓴단 말인가.

 

결국 마지막 날은 공치고 멍하니 덕진공원에 앉아 있었다. 쓸 이야기야 많다. 이미 쓰기도 했다. 2주간 70여페이지를 꾸역꾸역 채웠다. 그런데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이대로 해도 된다. 사실 분량이 조금 아깝긴 하다. 아깝긴 하다, 그런데 괘종이 다시 뇌를 친다. 다 지워야 해, 이건 내가 쓰고 싶은 것이 아니야, 다 지워야해. 그래서 다 지웠다. 뇌도 나도 백지상태다. 그냥 독립출판 포기해버릴까. 포기해도 되지 않은가. 아, 덕진공원 멀리서 안선생님(슬램덩크)이 보이는 것 같다.

“포기하면 편해… 하지마….”

아 잠깐, 그건 원본 만화 대사가 아닌데… 그리고

 

포기하면 안 편해!

나무를 향해 소리없이 욕을 한바탕 쏟아내고 있으니 아주머니 둘이 나를 피해 돌아간다. 그게 무슨 상관이랴. 찻집에 가서 차를 좀 사고 물을 한번에 3리터를 끓였다. 차를 3리터 끓이는 동안에 생각했다. 까무라칠때까지 써보자.

일단 아무 말이나 쓰고, 멈춘다. 아무말이나 쓰고, 멈춘다. 아무 말이나 쓰고….. 유화에서 나무 먼저 그리고, 하늘 쓱슥 그리다가 잠시 멈추고 다시 풀을 그리다가, 위에 다람쥐를 덮는다… 이렇게 말하면 내 글쓰기가 밥 아저씨의 훌륭한 회화실력 (어때요, 글쓰기 참 쉽죠?) 같지만, 실상은 이렇다. 서문 쓰고, 아무 도서관 이야기나 쓰고, 이번에는 마지막 결론, 다시 아무 도서관 이야기, 그리고 다시 새고…. 3리터의 차가 다 비워졌을 때가 저녁 11시 10분, 물3리터를 더 끓이고 다시 글을 쓴다. 차를 끓인다, 다시 쓴다. 잠을 잠깐 잔다. 1시간만에 깨서 다시 쓴다. 찻물이 쓰다. 물을 좀더 넣고…. 다시 글을 쓰다 잠들었다. 시계를 안 맞췄는데도 40분만 자고 일어났다. 눈알의 세포 하나하나마다 칼날을 꽂은 것 같다. 어쩌라고, 그러면 눈이 먼 채로 살면 되잖아. 다시 쓰고, 불필요한 문장을 지우고…

 

손가락을 못 움직이겠어. 눈을 뜨지 못하겠어.

그러면 입을 쓰면 되지!

핸드폰의 녹음기를 켜고 문자 변환을 활성화 시킨 다음에 중얼거렸다. “완산도서관에 대해 가장 많이 쓸 것임을 알려둔다. 이는 완산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잠깐만, 사실 전북대 도서관에서도 시간을 많이 보내긴 했는데… 문장 수정한다, 이 부분부터… 올해 완산도서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이런 식으로 중얼거린다. 아침 해가 떠오른다. 눈을 감고 중얼중얼 한 다음에 변환 버튼을 누르고, 급히 샤워를 한다. 대략 A4용지 절반이 완성됐다. 자동차에 올라타서 또 지껄인다. “그러므로 도서관의 예산을 늘리고 도서들을 두 배 이상 확충해야….”

이런 식으로 22시간동안 하룻밤 만에 81장 정도를 써내렸다. 써내린 후에 다시 깎아내니 71장. 과로가 만들어 낸 기적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다시 출간된 책을 보니 영 엉망이다. 급하게 내용을 채우긴 했는데 중언부언이 너무 많다. 오타도 많지만 비문도 드러난다. 내용은 알겠는데 논리가 엉망진창이다. 설계도 없이 겉면만 그럴싸하게 지은 건물 같다. 책을 덮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과로가 날 유혹했어. 그리고 유혹에 넘어갔어.

과로하면 성과는 나오지. 어쨌든 뭐가 되긴 하지.

그런데 왜 만족을 못할까?

왜긴 왜야, 쫒겨서 그렇지. 스스로를 속이고, 생각을 늘어놓고, 양을 채웠지.

조금씩, 꾸준히 쓰는 것이 더 바른데

스스로를 속이고, 스스로를 괴롭혀, 스스로 망친 것이지.

 

그리고 이 글도 (밥 먹고 사는 업무의)과로에 쫒겨서 오늘에야 완성했다. 11월 1일부터 조금씩 쓰다 말다 했는데 20일께에 몰아서 쓰는 이 고백은 편하지만, 언젠가 내가 다시 읽으면 스스로를 향해 이렇게 타박할 것이다.

 

과로가 또 날 유혹했어.

이제는 안 넘어가야하는데,

습관이란 참 지독하구나.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나여.

202410 도서관 일기 – 애증의 땅콩버터 샌드위치

 

지난달 글에서 말했다시피,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책을 읽고 빌리는 곳이다. 그러니 주방이 있다 한들 대단치 않다. 현재 완산도서관은 3층의 작업실마다 입주작가들을 위해 주방을 마련해줬다. 시민작가 내부의 주방, 자작서재 내부주방, 공용부엌 세 곳이 있다. 내가 주로 가는 곳은 공용부엌이다.

My breakfast

(모든 도서관이 그렇지만은) 도서관 안에서는 밥 먹기가 쉽지 않았다. 8월을 돌이켜 보니 도시락을 싸긴 했는데 내 요리 실력이 형편없어 안싸간 날이 훨씬 많았다… 결국에 가장 많이 먹은 건 완산도서관 근처 빵집에서 산 식빵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특가로 산 땅콩버터를 빵에 대충 바르고 전자레인지에 1분 돌린다. 손으로 집어 우걱우걱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방충망에 나방들과 잡벌레들이 달라붙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향을 피우는 걸로 점심을 마무리했다. 써놓고 나니 참으로 볼품 없는 식사다.

8월에 한 외식을 세어보려 가계부를 펼치니 (아침식사로는)맥도날드와 남부시장이 눈에 띈다. 주로 먹은 메뉴는 맥모닝, 순대국밥, 콩나물국밥. 세 메뉴 다 먹을만 하지만 급하게 먹게 된다. 맥모닝은 원래 패스트푸드니 그렇다 치더라도, 아침에 도서관 가는 길에 도깨비 시장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보면 새벽은 생각보다 고요하지 않다. 오히려 빠른 속도와 부지런함이 느릿느릿한 내 정신을 일깨운다.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숟가락과 젓가락의 속도, 의자가 당겨지고 빠지는 속도 속에서 식사는 무섭도록 전투적이다.

아침식사를 자주 못 먹은 것은 의 유혹도 있지만, 주차를 하기도 쉽지 않고, 차 빼러 나가는 길은 막막하기 때문이다. 아침 8시시 10분께 밥 먹고 차에 돌아와 시동을 거니 8시 45분, 그리고 9시 5분에 도서관에 도착. 이유는? 새벽부터 좌판을 벌이는 어르신들과 무단주차들 사이로 출근차량들이 잔뜩 오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느닷없이 보행기와 자전거, 카트를 끌고가는 어르신들을 피해 테트리스 블록 사이를 운전하는 기분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나서 불현듯 궁금증이 일어 도서관 정문에서 남부시장 식당으로 다시 걸어보니 9분이 걸렸다. 이 거리를 자동차로 20분 남짓 걸리다니,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다시 올라오는 길 내내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남부시장 아침 외식은 아주 이른 새벽에 와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먹으러 도서관에 아주 일찍 가고 싶지는 않지만.

 

점심은 보통 인근 작업실에 계신 선생님들과 같이 먹을 때가 많다. 선생님들의 음식 솜씨는 정갈함과 단정함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진수성찬을 매번 차린다는 뜻이 아니다. 못난 비유이지만, 객지 생활 하다가 오랫만에 고향 집에서 밥먹는 느낌이다. 나는 선생님들이 주시는 이런 소박하고 따뜻한 밥상에 매번 감사를 느낀다.

하지만 때가 안 맞거나(각자 일정이 있으니) 하면 다시금 식빵을 꺼낸다. 과자 같은 것도 생각했는데, 도통 입맛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도서관 근처에 있는 여러 식당에서 홀로 점심 외식도 몇번 있었지만, 도서관 이야기에서 너무 벗어날 것 같아 하지 않겠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용하는 공용주방은 3개월 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기서 도서관 운영진에 대한 비판을 좀 해야겠다. 개관일(7월 29일)에 본 주방은 말 그대로 황량해서 포크 5개, 컵 6개, 접시 3개. 수저 없는 것은 알겠지만 수세미도 세제도 고무장갑도 없어 황당했다. “아니, 접시와 컵이 있으면 최소한 세제는 줘야지!” 내가 가장 먼저 한 불평이다.(물론 나중에 세제를 받았습니다만)

쓰레기통 역시 통만 덩그러니 있고 봉투는 없어(9월부터 쓰레기봉투를 넣어주었다) 누가 음식물을 버리면 냄새가 지독했다. 게다가 8월 중순에는 창문이 고장나서 닫을 수도 없었다. 점입가경으로, 이전에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지 않아 8월 초에 맺힌 악취가 배어, 습도 높은 날이면 다시금 악취가 올라온다. 이 냄새는 이 글을 올리는 지금도 쉽사리 빠지지 않는다. 내가 냄새에 좀 민감하기도 하지만 여름철에 부엌에 들어가는 작가님들 모두 눈을 찌푸리곤 했다.

어쨌든 7월 30일에 바로 수세미와 고무장갑, 일회용 수저 등을 가져왔다. 공용주방을 이용하는 다른 분들도 조금씩 집에서 여러가지를 가져와 어느새 부엌다운 모습이 되었다. 특히 컵이 많이 늘어났다. 음식물 냄새도 아직 여전하지만 않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좀 나아졌다. 모두가 힘을 합치니 부엌이 복작복작해도 재미지다. 일회용 젓가락과 수저, 밥그릇과 위생봉투, 키친타올, 위생장갑… 이것들을 보고 있으면 부엌 살림 늘어난다는 재미가 이렇구나 싶다.

Morning coffee

이곳엔 전기주전자와 전자레인지밖에 없으므로 불 쓰는 요리는 언감생신이다. 데우기와 물 붓고 기다리기 밖에는 요리를 만들 재간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들 이것저것 가져와 꽤나 풍성하다. 과일을 가져온 분도 계시고 과자를 나누기도 한다. (지난번 글에도 말했지만)나는 점심을 마치면 선생님들께 커피와 차 등을 대접한다. 있는 것 중에서 내리는 것이라 볼품없지만, 그럼에도 다들 맛있게 드셔서 다시금 감사할 따름이다.

 

저녁식사에 대해서는 점심식사와 같다. 땅콩버터와 식빵. 땅콩버터와 식빵. 아주 가끔 컵라면. 애초에 저녁에 많은 작가님들이 있지 않아, 가끔 저녁께 들르면 보통 내 방만 불이 켜져 있는 것이 훵덩그레하다. 그러니 계속 급하게 먹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다. 홀로 요리하며 부엌에서 여는 우아한 식사라…. 그런게 있을 리가 있나.

그러나 가끔 내 옆 작업실의 이동한 소설가님이 남아있으면 함께 야참을 먹을 때도 있다. 나와 이동한 형님 둘 다 먹는 것은 좋아해서 이런 데에 죽이 잘 맞는다. 보통 동한 형님이 미리 주문하고 내가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가져온다. 대체로 김밥이 가장 많았다. 혼자 먹으면 조금 추레하지만, 형하고 분식을 앞에 두고 글쓰기가 왜 안되는지 떠들다 보면 밤의 도서관이 주는 적적함도 맛있어진다.

 

지난 저녁에는 작업실 문을 닫고 오랜만에 술을 마시러 내려갔다. 서서학동에서 전주천을 바라보는 술집들은 제법 비싸다. 그러나 남부시장과 웨딩거리에는 노포와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술집은 가격이 조금 더 싸고 양이 제법 많다. 웨딩거리 근처서 국수를 먹고 전통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술을 천천히 마시면서 노을에 벌겋게 젖은 전주천과 도서관, 건물과 나무들을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밥을 먹고 모니터 앞에서 글을 계속 쓰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희미해지다가도 돋보기처럼 뚜렷해진다. 먹고 전주천을 향해 걷다 보니 어스름 속 완산도서관의 모습이 달빛처럼 은은하고 따뜻하게 보였다. 밖에서 먹는 식사의 즐거움과 별개로, 불현듯 완산도서관에서 홀로 먹는 땅콩버터 샌드위치의 맛이 그리워져서 홀로 웃었다.

 

202409 도서관 일기 – 차 마시는 나와 도서관의 풍경

도서관은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기 좋은 곳이 아니다. 도서관의 기본 기능은 책을 읽는 데 있으니까. 그리고 책은 기본적으로 잉크와 나무 향으로 차 있어 다른 향이 섞이면 악취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식당을 운영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곳이다.

이전에, 이 근처에 살았던 형님이 내가 빌린 작업실에 들렀다. 형님은 차를 마시면서 옛 완산도서관 지하에 식당이 있었고 밥 먹고 난 이후에 예쁜 여자애들 있나 두리번거렸다고 한다. 우와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하고 끄덕였다. 형님이 돌아가고 난 뒤 나는 1층에서 도서관에서 커피/음료와 김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곤, 갑자기 먹고 마시는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

(도서관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나서 보니) 전주시를 포함, 한국과 일본, 영국, 독일의 도서관에는 카페 기능을 도입한 도서관들을 시범 삼아 운영하고 있는데, 전주시야말로 효시가 될 만하다. 송천, 꽃심, 평화도서관은 장애인들이 직원으로 일하는 ‘아이갓에브리띵’ 카페를 운영하는데, 생각보다 음료 맛도 좋을뿐더러 쉼터로 있기도 좋다. 책 한 권과 차 한잔은 꽤 잘 어울리지 않은가. 물론, 도서관이 수다를 떨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나는 완산도서관 입주 작가이니 완산도서관만 얘기하겠다. 대체로 오전에 도서관이 개관하면, 각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한 10분쯤 지나면 각자 가져온 물통이나 컵으로 정수기를 향한다. 또는 1층 커피자판기를 찾는다. 지난 8월에는 자판기를 전혀 사용을 안 했다. 그러다가 이달 아침에 문득 한번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 자판기로 뽑아 마셨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도심 속 허겁지겁 음료를 내리는 소규모 카페보다 음료를 훨씬 맛있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옆의 이경옥, 최기우, 김근혜 선생님도 동의하신 것을 보면 기계의 커피 내리는 솜씨가 많이 발전했다. 거기다 가격도 싸다. 2024년 상반기는 고물가로 얼룩졌는데 2천 원 커피가 남아있는 건, 아스팔트 가득한 도로 중앙에 꽃밭을 보는 것만큼 기적이다. 휴일에 보면 간식을 들고 자판기 커피 앞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주 큰 소리만 내지 않으면 아름다운 정경이다.

 

완산도서관에서 걸어서 내려가니 (내 걸음으로) 약 2분이다. 거기서 인근 동완산동이나 서서학동에 있는 카페로 가는 것은 대체로 5분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8월과 9월, 걷고 있자면 옷과 살 사이에 땀이 맺히는 것이 느껴지고, 열풍은 땀을 더 재촉해 카페에 도착하면 탈진해서 의자에 널브러지게 된다. 그렇게 두세 번 나갔다가 포기했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끌고 나가기도 번거로울뿐더러, 주차공간이 부족한 이곳에서 나갔다가 주차 못하고 걸어오는 걸 생각하니, 아이고… 아찔하다. 9월이라도 낮이면 34도까지 치고 오르니 10월에나 카페 산책하러 나갈 것 같다. 덧붙이자면, 내가 갔던 카페의 이름은 디드 꽃동산점(동완산동) / 하임(동완산동) / 광커피 로스터리(서서학동) /잇애니띵(서서학동) / 남부시장 2층 청년몰 내 혜미당이었다.

이렇게 밖에서 커피를 마시고 바람을 쐬면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지난 8월의 각오가 무색하게 “도서관 가봤자 또 글 쓴다고 낑낑거리면서 고민만 하다가 침잠할 것 같은데… 오늘은 땡땡이칠까” 이렇게 중얼거리니, 게으름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게으름과 싸우는 것은 평생 각오를 해야 한다.

결국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그리고 돈도 좀 절약하고자) 내 작업실에서 차를 내린다. 이전에 선물 받거나 사 놓은 홍차와 우롱차, 보이차를 놓고 마신다. 이전 글에는 도서관에 오자마자 문을 열고 어슬렁거린다고 썼는데, 요즘은 문을 열고 주전자에 물부터 채운다. 부엌에서 물 담기는 소리를 들으면 잠이 서서히 깨는 기분이다.

물론 커피도 있지만… 난감하고 기쁜 상황을 마주했다. 나는 예전에 카페에서 오래 알바를 했는데 그때 알게 된 형과 누나들이 지금 카페를 한다. 이분들이 지난달에 작업실에 놀러와 축하한다고 원두를 한가득 줬다. 원두가 적으면 괜찮지만 이렇게 많을 때는 차보다 보관이 까다롭다. 분쇄된 커피의 향은 금방 사라지고,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하루가 엉망이 된다.

그래서 지난달과 이달 아침과 점심께 작가님들을 만나면 커피·차를 나눠 마셨다. 처음에는 드립커피만 마시다가 우유와 설탕도 넣게 되었다. 가장 맛있게 마시는 커피의 맛도 알게 되었다; 수 다 떨며 마시는 음료가 가장 맛있고 편안하다. 수다라고 해봤자 보통은 작품 얘기인데, 8월에는 “왜 이렇게 안 써질까요”가 가장 많았다. 창작 고민의 결은 누구나 비슷한가 보다. 요즘은 “쓸 것은 정해졌는데 진도가 안 나가네요”라고 한다. 이래저래 다들 흔들리면서 전진하고 있다.

어쩌다 오후에도 작업실에(주로 토요일) 불이 켜진 작가님 방을 찾아 커피 또는 차 한잔 대접하고 싶다고 부르기도 하는데, 보통은 옆 방의 이동한 형님만 부르게 된다. 형님은 입맛이 높아 매번 만들 때마다 슬쩍 긴장되는데, 다행히 차건 커피건 잘 드셔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아침은 다소 더웠지만 완산칠봉으로 머그컵을 들고 나갔다. 여름의 열기 사이로 가을의 서늘함이 줄기와 잎으로 번지는 것을 보며 우롱차 한 모금을 넘겼다. 이곳은 이전에 사형터였고, 왕실의 산림이었으며, 한국전쟁의 방어기지기도 했고, 지금은 도서관이 되었다. 나는 작은 종이컵에 차를 담아 벤치에 올리고 작은 차례(茶禮)를 올렸다. 한때 이곳에 있었던, 그리고 이곳에 오고 가고 머무는 이들이 평안하기를.

 

202408 도서관 일기- 완산도서관으로 오가는 길.

2024 08 완산도서관 입주작가 글세 기록.

 

완산도서관 개관일이 7월 29일이고, 이 글을 쓰는 날이 8월 12일이니 얼추 2주가 지났다. 이전에 아침에 일어나던 때를 보면 이불 속에서 게으른 곰처럼 어기적거리다가 겨우겨우 입주작가가 된 이후 막연한 의무감에 일어난다. 아침에 짐을 싸는 것이 젬병이기에(꼭 필요한 건 집에 두고 오는 버릇이란!) 저녁에 짐을 싸고 도시락을 준비한다. 내가 학교에 다닐 적에도 이렇게 부지런히 다닌 적은 없었다.

완산도서관이 그렇게 좋으냐? 라고 내 친구가 물었다. (도서관에 일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아직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리모델링 된 완산도서관은 화사하나 오고 가는 길은 지난하다. 나는 전주의 북쪽인 동산동에 산다. 길이 안 막혀야 차로 가는 데 36분, 버스로는 44분이 걸린다. 길이 막히면 10분씩 더 걸린다. 버스와 도보를 보면, 쏟아붓는 여름 햇살을 받으며, 경사가 최소 50도가 넘는 언덕길을 10분 정도 걷는다. 올라오면 땀으로 샤워한 모습이다.

운전은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전주시는 지난 30년간 대중교통은 열악해지고 사람들의 자동차 소유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7시 40분부터 조짐을 드러내는 차량정체는 8시 10분이 넘으면 해일이 된다. 생각을 바꿔 저녁에 온 적도 있는데, 웬걸, 퇴근 차량들이 썰물처럼 닥쳐온다. 겨우겨우 도서관 입구 쪽에 다다르면 대환장 불법 주정차들과 무단횡단을 일삼는 어르신들이 반겨준다. 심지어 도서관에 나갈 때마다 불법 주정차가 반갑게 반겨준다. 운전하는 3주 내내 접촉 사고가 날 뻔했다. 친구야 들었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니까.

 

완산도서관에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진다. 아침과 저녁의 도서관 유리 정문을 살펴보면 허연 김이 서려있다. 밖의 습도는 최소 75도 이상, 안의 습도는 50도 안팎이니 온도 차이가 그만큼 큰 것이다. 문을 지나 제공된 방에 오면 뜨겁게 달궈진 습기가 닥쳐온다. 재빨리 문을 열고 에어컨을 제습에 맞춘다. 창문을 열 수도 없는 것이 애초에 통창이라 열 방법이 없다. 별수 없이 2층과 3층을 어슬렁거리다 10분쯤 후 방 안에 들어와 컴퓨터를 켠다.

 

습기가 가시고 나면 도서관 내부가 새롭게 보인다. 8시 50분께부터 자리에 앉아 신문을 읽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 도서관 폐관을 준비하는 사서들의 바쁜 발걸음을 보면서도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이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느낀다. 적막한 도서의 사원이 아닌 사람들의 조용한 마당이 되어감을 느낀다.

 

재개관 후 가끔 아이들이 (특히 주말에) 내 방문에 붙어서 방을 살핀다. 내 방은 특별한 것은 없고 다만 찻잔과 주전자가 몇 개 있는데, 그것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신기할 것이다. 가끔 작은 얼굴을 보면 손을 열심히 흔들어준다. 대체로 그냥 떠나지만, 같이 손을 흔드는 아이도 있다. 저 아이 중에 훗날 작가를 꿈꾸는 아이가 완산도서관에서 글을 쓸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글이 안 써지면 2층과 1층에서 사람들을 본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많고 주중에는 어른들이 많다. 이들이 책을 찾는 모습, 책장에서 책을 꺼내 페이지를 넘기는 모습, 의자 소리를 크게 내어 당혹한 모습, 천천히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모습, 깔깔대며 뛰어다니는 아이와 말리려는 부모님의 모습…… 나는 도서관으로 온 사람들이 재개관된 완산도서관의 책엽(冊葉)이 됨을 믿는다.

글이 잘 되지만 어깨가 무겁고 공기가 답답할 때면 창문으로 몸을 돌린다. 완산도서관의 장점은 창밖의 풍경이 좋다는 것이다. 도서관 내부에 미술관이 있지만, 도서관이 액자가 되어 전주라는 캔버스를 펼치는 느낌이다. 이번 8월의 캔버스는 여름날의 더위와 소나기, 이삼중 주차와 고요한 주차장, 거대한 나방들의 불빛 앓이와 오목눈이의 지저귐을 번갈아 볼 수 있다. 나는 이 일상의 나날들이 완산도서관을 책 빌리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의 정체성이 된다고 생각한다.

 

경사가 높은 길을 따라 차로 덜컹거리며 내려가면서 차에 달린 뒷거울을 힐끔거린다. 완산도서관의 풍경은 멀어지고, 전주천을 넘어 도심 안으로 들어가면 도서관은 언덕의 하얀 빛으로 반짝인다. 나는 남은 2주를 (더위와 불법주행이 따라올지라도) 이 빛 속으로 오갈 것이고, 그때마다 도서관에 어떤 이야기가 채워질지 기대할 것이다.

——

https://maps.app.goo.gl/xR4ayVReiuXbNbMo6

p.s. 이 글은 티스토리, 브런치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왜 워드프레스냐고 물으신다면…

 

왜 워드프레스를 선택했는가?

간단한 것과 어려운 얘기 중에서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면, 세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빠르게.

첫 번째,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검색의 비중이 꺾이기 시작했다.

꺾였다는 말은 내 주관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빈도의 수와 검색량을 지속해서 살피면, 한국에서도 구글을 주요 검색으로 쓰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간 네이버가 ‘선방’했다고는 말해도,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닌 듯 하다.  특히 네이버가 구글에 검색을 제한한 것이 큰 악수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인터넷 초창기부터 2천년대에 한국의 내수시장에서는 네이버 검색으로 충분했지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네이버의 기반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 내가 일하는 직장만 해도 “구글로 먼저 검색해야지”라는 말이 흔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네이버 검색이 일상화였는데 말이다. 물론 네이버는 계속해서 점유율을 이끌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 노력이 빛을 발하리라 믿지만.

두 번째, AI 검색에서 구글로 검색한 자료들의 신빙성이 높아지고 있다.

리뷰 등에서 네이버의 리뷰는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전 세계로 보면 어림도 없지- 구글의 제미니(현재 한국어 정식명칭은 ‘제미나이’라고 표현하지만, 여긴 내 블로그이므로 제미니라고 쓴다)의 검색량이  빠른속도로 증가한다. 구글에서 티스토리와 워드프레스 검색량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게시글들이 chatgpt, gemini, claude에 잡힐 때, 네이버 블로그의 검색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매일마다 검색해보면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 변화는 뚜렷해지고,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예전 사이월드로 시작해서 네이버블로그, 티스토리, 브런치스토리…. 다양한 블로그 서비스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러니 내가 스스로 만드는 계열의 블로그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거기다 Medium과 브런치스토리의 비슷함을 보고 (아아, 그렇다. 브런치스토리가 독창적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내 스스로 만드는 방식을 찾고자 했다.

 

그리하여 아직 미숙할지라도 이 엉망진창인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솔직히 여전히 불편하고 정이 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내가 내 홈페이지를 운영해서 글을 쓴다는 장점은 여전히 기쁜 일이다.

 

미래의 독자 여러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p.s. 이 글은 추후 제 다른 블로그(티스토리, 브런치) 등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My First Telegram ; What I will say to… (Kor, Eng)

안녕하세요, 여러분 :3

저는 릿캣입니다. :3 전주시에 살고 있어요.

아마도 전주시에 대해서는 거의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실, 전주시가 유명해졌다기보다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서울, 부산, 경주가 먼저 주목을 받고, 그다음에야 전주시도 알려지게 되었죠.

워드프레스를 예로 들자면, 처음에는 코어만 있던 것이 테마와 플러그인으로 점점 확장되듯, 저도 이제 나만의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보려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워드프레스를 만들면서, 한 가지 생각을 했어요.
“세상이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면, 이제 내가 그 첫 번째 전보가 되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코딩을 배운 세대가 아니고, 명령어는 하나도 모르며, 수학은 정말 자신 없고, 컴퓨터는 주로 게임할 때만 썼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앞으로 자주 뵈어요, 여러분. 🙂

Hello, World. :3

This is Littcat :3 who living in Jeonju City.
You’ve probably never heard of Jeonju City—and I totally understand.

To be honest, Jeonju didn’t become famous on its own. As Korea gained attention around the world, cities like Seoul, Busan, and Gyeongju came into the spotlight… and only then did Jeonju get noticed too.

It’s kind of like WordPress. It starts with a core, then grows with themes and plugins. That’s how I’m thinking about this blog too—my own little expansion pack for the world.

When I decided to start this WordPress blog, I made up my mind about one thing:
“If the world needs more information, I’ll be the first telegram.”

Of course, it hasn’t been easy.
I’m not from the generation that learned coding. I know nothing about command lines, I’m awful at math, and I mostly used computers to play games.

And yet, the idea of starting something new with all of you here makes me incredibly happy.
Let’s meet often, World. 🙂

error: Content is protected !!